즐거운
문화 읽기
공간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확장되면서 공간의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차별화된 경험,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가상 공간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실제 공간만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힘, 공간력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공간에 매력을 부여하는 공간력
온라인 쇼핑이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화면을 통해 정보를 얻고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과,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점원에게 궁금한 점을 물은 뒤 구매하는 것은 경험적 측면에서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작정 실제 공간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한 공간은 외면받고 있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얻지 못하는 경험과 가치를 선사하는 공간에는 오히려 사람이 엄청나게 몰린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전 세계 기업들은 자신들의 공간에 차별화된 구성과 경험을 제공해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인 ‘공간력’을 부여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간은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퇴근길에 으레 집 근처 대형마트나 집 앞 편의점에 들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대형 매장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사람들 또한 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형 매장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들은 고객과 매장의 거리를 단축하는 전략도 활용한다.
특정 지역에 대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유통사들은 도시의 교외에 대형 복합몰을 건설함으로써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 모은다. 그런가 하면 대형 매장 구축에 주력해 온 조립식 가구업체는 도시 안에 소형 매장을 속속 개장함으로써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이렇듯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공간 전략을 사회 및 지역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구사하면 치열한 오프라인 유통 경쟁에서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늘날 공간은 단순히 브랜드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마치 TV나 매거진처럼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알리는 매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간,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다
공간의 크기와 거리를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 미국의 한 대형 매장은 공간에서 ‘쇼’를 펼친다. 사전에 티켓을 구매한 고객들만 입장할 수 있는 이 매장에서는 마치 공연하듯 각 브랜드의 상품을 소개하며, 고객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쇼가 끝난 후에는 실제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마치 테마파크처럼 색다른 매장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공간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라인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사례도 많다. 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은 최근 패션 매장을 마련했는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패션 아이템을 제안하고 이를 온·오프라인 쇼핑으로 연결시킨다. 미국의 멕시코 음식점 체인은 2021년 10월,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레스토랑을 차리고 접속자들이 가상 핼러윈 복장으로 갈아입도록 권유했다. 그 뒤 직원 아바타에게 말을 건 접속자들에게 무료 부리토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 경험으로 확장했다. 한편 오프라인 공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가상 공간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실제 공간의 효용성을 높이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오늘날 공간은 단순히 브랜드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마치 TV나 매거진처럼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알리는 매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간은 앞으로 더욱 개성 넘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할 전망이다.